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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리야 & 솜브라

자기애  @L0vemi2self

 내 집 근처에 소름 끼치는 벌레 한 마리가 들어왔다 했더니 그게 당신이었습니까? 자리야노바는 성가신 것을 가장 싫어했다. 정의롭지 못한 얄팍한 한마디의 말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기업가들의 밑장빼기. 모두가 자신처럼 솔직하고 그와 맞는 해결방법을 찾아냈다면 이 사회는 조금 더 옳은 세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 텐데. 그리고 갑갑하게 정장차림이나 하고 있는 자신과 비해 제 눈앞에 나돌아다니는 범죄자 계의 유명인사 주제에 너무도 자유롭게 무도회를 배회하시는 보라색 날파리 한 마리는 성가심의 끝이었다. 꼴에 무도회를 즐기겠다고 후줄근한 후드 차림에 비해 해골모양의 가면을 쓰고 나왔는데 딱 봐도 자리야의 눈에는 '나 그 사람 맞아요~ 현상금은 여러분의 것!' 같은 종이라도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줄 알았다.

 내가 싫어? 물론 그에게 한두 번 들은 말은 아니었기에 작은 웃음 서너개로 익숙하게 넘길 수 있었다. 오늘도 성실하네? 그 무도회에 안 어울리는 꽉 막힌 바퀴벌레 같은 정장은 뭐래, 패션 센스가 정말 없네. 당신이야말로 잡아가달라고 홍보하는 겁니까?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돌아가십시오, 오늘은 귀찮아지기 싫네요. 할 일이 많아서. 그게 무슨 소리야? 솜브라가 쿡쿡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 무섭다는 자리야의 코를 꾹꾹 찔렀다. 여기서 날 알아보는 건 자리야노바 너 뿐이야. 좋아하는 사람은 서로 알아본다잖아?

둘 사이의 관계. 서로 알아서는 안되는 정보를 알고 있는 어떻게 따지자면 조금은 위험한 아슬아슬한 관계.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거래도 오가지 않았다. 오히려 관계적 우위를 가지고 있을 법한 한 쪽에서 다른 의미로 안달을 태우고 있는 그 복잡한 관계. 즐기는 걸까? 썸과 연애 따위는 없는 한 쪽의 일방적인 구애였다. 그리고 다른 쪽은 그걸 거절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순순히 모두 당해주었다.

자리야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무도회가 열리는 오늘, 고위급 간부들이 많이 참가하는 그런 무도회이기에 며칠간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경호원 역할을 해야만 했다. 무도회만큼 부질없는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? 근손실이 올 것만 같은 술을 귀여우리 쥐꼬리만큼 마시고 취했다며 어쩌면 초면인 상대와 춤을 추고, 굳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다. 혹은 극비의 거래를 하기 위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한 뒤 자리를 떠난다. 자리야는 왜 모두가 이렇게까지 웃으며 뜨거운 분위기를 내뿜는 지를 이해하지 못했다. 상대적으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저 멀리 구석으로 뒤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. 그래, 애초에 경호원이 그들과 어울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. 그저 출입구나 창문만 응시하면서 시간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그런 편리하고 지루한 역할이었을 뿐이다. 이렇게 두 눈 부릅뜨고 있었는데 이 날파리가 눈앞에서 알짱거린다니, 어떻게 들어온 거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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